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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리츠는 음대 피아노 전공이고 이즈미는 바이올린 전공.
워낙에 음대가 좁다보니 신입생 환영회에서 봤으니 서로 알긴 알았지만, 솔직히 성향 다르잖아?
이즈미는 쟤랑 절대 친해지기 어렵겠다 생각했을듯. 반대로 리츠는 별 생각 없었을 것 같음.
그리고 학기 좀 지내다 보니 이즈미는 쟤랑 친해지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게 완전히 뇌 속에서 굳어질 것 같아. 이즈미는 모범생이라 수업 꼬박꼬박 다 듣고 교수님 레슨 꼬박꼬박 다 참여하고 진짜 진짜 열심히 누구보다 이 악물고 독기 가득하게 열심히 하는데 리츠는 그게 아니었으니까... 리츠는 최소한의 학점만 듣는데다가 필수 수업에도 빠지고 근처 잔디밭에서 자고 있는 게 일상이었을 거임.
근데 막상 실기 시험을 보니까 피아노 전공에선 독보적이라고 할 정도로 잘하는 거야. 한 마디로 천재과였으면 좋겠음. 아 이즈미는 진짜 손이고 몸이고 망가져가면서 연습을 해야 그나마 성적을 유지할 수 있는데 쟤는 맨날 쳐 자면서 저런 연주가 가능하다는 게 이즈미 입장에선 너무너무 마음에 안 들었으면.
근데 뭐 어차피 둘이 얘기할 일도 거의 없을 거고... 그래서 리츠는 이즈미에 대해서 어 그냥 바이올린 하는 애. 정도로만 알고 있었을 듯. 이즈미는 실기 시험 발표회 때 리츠 연주 듣고 나서부터 진짜 미친 사람처럼 연습했을 것 같음.
이즈미가 열등감은 좀 있잖아. 그런데 그 열등감을 가지고 누구보다 독기 품고 지금보다 나아지기 위해 노력을 하는 타입이어서 본인은 인정 안 할 것 같지만, 리츠가 원동력이 되어 줬으면 좋겠다.
연습실에서 사쿠마 리츠 얄미운 모습 생각하면서 이 벅벅 갈고 바이올린 켜는 이즈미 때문에 리츠 가끔 원인 모를 기침하기
아무튼 연습실은 예약을 해야만 쓸 수 있는 시스템인데 이즈미가 하루종일 예약하고 쓰니까 본인은 잘 모르겠지만 뒤에서 독종이라고 소문 다 나있을 듯함. 근데 그걸 부정적인 의미로 까는 애들도 많지 않을까.
뭐... 음대가 좀 그래. 어디 나사 하나 빠진 애들이 많단 말이야? 선배든 후배든 동기든 그런 거 상관없이 자기보다 잘 하면 질투하는 애들이 꼭 하나씩 있어. 그리고 그 질투심으로 인해 미친짓 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지.
바이올린 과 동기 중에 유독 질투심 심한 또라이 한 명 있었으면.
분명 1학기 학기말 발표회 성적은 이즈미가 중간 정도? 했을 거야. 근데 바이올린 전공...? 그렇게 많지 않아. 중간이라고 해도 인원 수가 많지 않다보니 이즈미한텐 조금은 타격이 컸을 것 같음.
그래도 고등학생 때까지는 이즈미가 살던 곳에서 잘하던 편이었을 테니까. 근데 대학은 또 그렇지 않잖아. 여기저기서 잘하는 애들이 모인 게 음대라서 처음에는 성적 잘 받기가 어려웠을 것. 그래도 필기 시험은 다 무난하게 잘 봤을 것 같다.
문제는 2학기야. 바이올린하는 애도 아니고 피아노 치는 사 뭐시기 하는 놈 하나 때문에 이 악물고 연습하는 세나 이즈미... 하루종일 연습실 쓰고... 켜다가 자기 마음대로 잘 안 켜지면 어느 한 순간 이성 잃고 소리 빼액-!! 지르기도 함. 연습실에서 소리 지르는 애들이야 많은데... 하필 그날 연습실 옆방에 또라이가 있었던 거.
또라이 새끼 상도덕없이 이즈미 연습실 문 열고 들어와서 냅다 소리지름; 아니 지가 더 시끄러움;
아악!! 야이 시x 연습실 네가 전세냈어?! 네가 전세냈냐고!! 바이올린 입으로 해? 실력도 없는 게 소리는 존x 지르네 너 때문에 내일 중간 발표회 조지면 책임 질거야?!
와 순간 이즈미 눈 동그랗게 되고 이런 적은 생전 처음이라 어안이 벙벙해서 눈만 끔뻑거렸으면. 이 또라이 새끼는 덩치도 산만하게 큰 새끼라 목소리도 돼지 멱따는 것마냥 커서 이즈미 귀 울릴 정도인데... 체구 작고 여리여리한 편인 이즈미한텐 좀 크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솔직히 무섭잖아 자기보다 3배는 되는 것 같은 남자애가 저렇게 화를 내는 걸 본다는 게. 이즈미한테는 또 이게 처음 겪는 일이어서 얼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데 또라이 새끼는 그냥 이즈미 노려보고 다시 지 방으로 돌아가라...
그리고 대망의 중간 발표회 성적 공개일
진짜 이 음대 놈들 악랄하게 성적을 그냥 공개적으로 게시판에 박제를 해버림. 결과는 독종 이즈미가 또라이 새끼보다 성적이 높게 나왔다고 합니다.
또라이 놈은 성적 보자마자 눈 돌아 버려서 여자고 뭐고 이즈미 멱살 잡고 소리 지르는데 다들 좀 말리지도 않고 피하는 분위기... 음대에서 성적 때문에 치고 박고 싸우는 거 생각보다 흔해서 저러다 뭐 말겠지 이런 마음으로 살살 피할듯
그 모습 잠깐 지켜보던 리츠는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 싫어서 그냥 도망가는 동기들 사이에 껴서 나가려는데 왠지 모르겠지만 그대로 가버리면 계속 기억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그래서 그냥 말 없이 다가가서 또라이 새끼 손목잡고 그대로 이즈미에게서 떼어내고 툭 밀어 버릴 듯.
사쿠마 리츠... 전교회장 에이치랑 친하다는 소문과 오기인 사쿠마 레이 동생이라는 소문은 이미 진즉에 다 퍼져 있었을 거고 또라이도 얘는 건드리면 안 된다는 거 잘 알아서 하남자답게 욕 하면서 쿨한 척 자리 털고 그대로 사라짐. 이즈미만 어안이 벙벙하게 얼굴 새빨개진채로 리츠 삿대질한다.
너.. 너...
응?
내가 언제 도와달래?!
와 이런 말 하려던 거 아닌데. 인간관계 서툴기 짝이 없는 이즈미 답게 저 말부터 나와 버린다.
사건사고 많은 음대... 소문도 빨리 퍼지는 음대... 답게 싸우려던 분위기에 도망가던 애들은 이미 갑작스런 로맨스 분위기에 저 멀리서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음. 리츠만 심드렁하게 이즈미 쳐다볼듯
내 마음인데?
바보 아니야?! 네가 휘말려 들면 어쩌려고 그랬어?
뭐지 이 걱정과 질책이 반반 섞인 말은. 얘도 정말 피곤하게 사는구나. 리츠 대충 이즈미가 어떤 성향인지 대충 눈치채겠지. 리츠는 살짝 콧소리 내면서 어깨 으쓱하고 대답없이 뒤돌았음. 근데 정말 왜? 왜인지 모르겠는데 이즈미는 자기도 모르게 리츠 손목을 잡아버려.
에, 왜? 더 할 말 있어?
어, 그러니까...
자기도 왜 리츠를 붙잡았는지 잘 모르겠어... 그래서 당황해서 한순간 어버버하다가 냅다 성적표 가리켜 버림.
넌 화도 안 나?
왜? 뭐가?
저번보다 성적 안 좋게 나왔잖아! 나보다 비실비실한 게... 맨날 잠만 자고. 그러니까 성적이 떨어진 거 아냐? 아니, 내가 절대 너 같은 걸 신경 쓴다거나! 뭐, 라이벌로 생각한다거나! 그런건 절대 아니지만?
별로, 상관 없는데.
이즈미 횡설수설 엄청 길게 뭐라고 말하는데 상관 없다는 한 마디 말로 싸가지없게 이즈미 입 다물게 하는 능력이 있는 사쿠마 리츠...
상관... 없다고?
그냥, 좋아서 하는 거니까. 그렇게 아등바등 하고 싶지 않아.
하, 넌 진짜 이해가 안 되네. 여긴 대학이잖아. 미래는 성적으로 정해지고.
으음, 난 별로 대학원까지 갈 생각도 없고. 적당히 피아노치면서 살고 싶어. 적당히.
...넌 진짜 이해가 안 돼.
딱히~... 누군가한테 이해 받으려고 하는 건 아니니까. 그래도... 음, 이름이 뭐야?
하아? 넌 동기 이름도 몰라?
알아야 해? 그래서, 뭐야?
...세나 이즈미.
응응~ 셋쨩, 그러니까 셋쨩은 조금 진정할 필요가 있지 않아? 잘은 모르지만.
하아? 시끄러워. 너 같은 게 뭘 안다고!
잘 모르니까 하는 말. 아무튼, 몸 조심해. 지나가다 또 이런 장면 보이면 꿈에 나올 것 같거든.
라고 말한 사쿠마 리츠... 딱 1년 뒤에 이즈미 자기 걸로 만들어서 아무도 못 건드리게 해버리기.